남한산성

남한산성 책 독후감

살아서 죽을 것인가, 죽어서 살 것인가….

병자호란 때 청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47일 동안 국가의 미래를 두고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이 청나라에 항복할 것인지 싸울 것인지를 치열하게 공방 한다.

목숨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이미지

이조가 항복을 결정하고 네 명의 신하들에게 칸에 보낼 편지를 써오라고 한다. 한 명은 자신의 노화를 핑계 대며 안 쓰고 한 명은 심장마비로 죽고 한 명은 모호한 글을 써 올린다. 자신이 늙어서 헛소리를 할까 두렵다며 핑계를 댄 교리는 자신이 크게 벌 받을 것을 알고도 그랬다. 결국 곤장 20대를 맞고 걷지도 못하고 기어 다니며 살다가 죽고 만다. 이 들이 글쓰기를 피한 이유는 후대에 오명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.

동일한 이 유료 김상헌은 굴복하지 말고 싸우자라고 한다.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았을 것이다. 그리고 이조가 항복 결정을 한 후 죽어서 살기 싫다며 자결하려고 했다.

가난했던 시절 (나라 vs. 나)

근데 그런 명성과 평판은 잘 사는 대감들에게나 해당되는 거였지 평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웠다. 특히 노비는 개취급 당하던 시절 나라에 대한 충심이 생기는 것이 더 이상하다. 청나라의 앞잡이 정명수는 노비로 태어나 거지같이 살다가 몽골에 끌려가 성공 한 케이스이다. 지금도 이중언어가 가능하면 해택이 많은데 조선시대 땐 오죽했겠나 싶다. 정명수는 자신을 개처럼 여기던 조선을 버리고 청을 택한다. 한국인으로서 정명수를 좋아할 리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봤을 때 이 결정은 매우 합리적이다.

난 이조와 최명길의 의사에 찬성한다.

서른 후반의 가장으로써 직장 상사가 더럽고 치사해도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다. 일단 살아남아야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식들이 복수를 대신해 줄 수도 있는 거니까. 그리고 무엇보다 약자는 강자에 숙이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. 누구에게나 갑은 있다. 칸도 나름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.

감사하다.

인류 역사상 가장 잘 사는 시대에 태어난 것과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점은 내 삶 큰 축복이다. 전쟁도 없고 (휴전이긴 하지만) 굶어 죽을 걱정도 없고 따뜻한 방에 앉아 Netflix를 볼 수도 있다. 출출하면 냉장고엔 코코넛 워터와 빵을 꺼내다 먹으면 된다. 조선시대엔 병사들이 손 발이 얼어 동상이 걸리고 자다가 얼어 죽기도 하고 작은 상처가 덧나 죽기도 했다. 산모들도 아이를 낳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. 과거급제를 해야 출세가 가능했는데 그 경쟁률이 얼마나 높았을까 싶다.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경쟁 사회인가 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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